[이만수의 야구이야기] 캄보디아 야구의 아버지 김길현 교수를 만나다
[이만수의 야구이야기] 캄보디아 야구의 아버지 김길현 교수를 만나다
  • 박희윤 기자
  • 승인 2024.03.19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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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만수 이사장, 김길현 교수, 김재옥 커피 명장, 권혁돈 감독(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왼쪽부터 이만수 이사장, 김길현 교수, 김재옥 커피 명장, 권혁돈 감독(사진_헐크파운데이션)

[잡포스트] 18일에 나는 캄보디아 야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길현 교수를 만나기 위해 양주로 달려갔다. 김길현 교수는 이번이 3번째 만남이다.

처음 뵈었을 때가 SK와이번스에서 지도자생활 할 때였고 두번째가 작년 11월말이었다. 작년 11월말에 늘 말로만 듣던 캄보디아 야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교수님을 직접 뵐 수 있어 야구인으로서 감사했다.

무엇보다 나를 감격하게 한것은 비야구인이며 교수인데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는지 늘 궁금했다. 오늘 김길현 교수님과 만나 그동안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무려 4시간 동안 듣게 되었다.

1904년 필립 질레트 선교사로부터 야구를 배운지 124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도 야구 전파에 한 몫을 담당하기 위해 캄보디아로 건너가 야구를 전파한 사람이 있다. 그분은 비야구인이며 프놈펜 왕립대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캄보디아 최초의 야구팀을 2005년 9월에 창단한 김길현 교수는 프놈펜 왕립대에서 생물학을 가르치며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김길현 교수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였다. 우연찮게 친구의 소개로 방문한 캄보디아에서 김길현 교수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길현 교수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오랜 내전과 ‘킬링필드’로 불리는 지식인 대학살로 인해 교육이 마비된 캄보디아에서 대학을 설립하고 싶었다”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땅을 밟았다고 한다.

김길현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그당시 캄보디아 사람들은 지쳐있었고 꿈도 희망도 버린지 오래였다고 한다. 나라는 혼란스러웠고 법은 무용지물이었으며 캄보디아 사람들이 외출하는 것도 두려워 했다고 한다.. 김 교수님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규칙과 질서를 가르쳐주고 싶었다”며 “그런 면에서 야구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김길현 교수님은 프놈펜 왕립대에서 생물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이미 인기있는 교수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고 한다. 김길현 교수는 야구의 명문 팀인 대구 경북고등학교를 나와 자연스럽게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또 야구 규칙에 대해서도 훤히 깨뚫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처음해보는 야구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인기있는 교수의 말에 흔쾌히 처음해보는 야구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야구는 혼자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정해진 규칙이 있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웃이다. 더 이상 경기에 참가할 수 없다. 또 야구에는 희생이라는 개념이 들어있다. 희생번트가 있고, 희생플라이가 있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김길현 교수님이 야구를 처음해보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야구를 즐겼던 김길현 교수님은 전문적이진 않지만 해박한 야구상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야구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경북고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의 훈련을 몇시간이고 지켜보곤 했단다. 김길현 교수님은 대학시절부터 간직해 온 야구 교본을 다시 꺼내들었고 야구를 처음 접해보는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부족했지만 정확한 기술을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단체활동은 감시의 대상이다 라는 말에 깜짝 놀랬다. 아니 민주주의 나라에서 일일이 보고하고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내가 얼마나 많이 놀랬는지 모른다. 사회주의 나라인 라오스나 베트남에서 감시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캄보디아 나라에서 감시 받는다는 것은 김길현 교수님한테 처음 들었다. 

김길현 교수님이 처음 만든 팀은 프놈펜 왕립대 재학생들로 구성 되었다고 한다. 이당시 김 교수님이 선수들을 운영할 때 학교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김 교수님은 학교 옆 공터에 손수 잡초를 뜯고 라인을 그려가며 야구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야구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장비가 필요했다. 캄보디아에서는 야구를 해본적도 없고 본적도 없기 때문에 야구 도구를 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은 대학시절 함께 야구를 즐겼던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이렇게 친구들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인해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 김길현 교수님과 대화하면서 깜짝 놀란 이야기는 야구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이 희생, 배려, 협동, 예의, 인내에 대해 많이 강조했다고 한다. HBC 유소년 팀을 맡고 있는 권혁돈 감독이 어린선수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5대 정신이다.

김길현 교수님은 캄보디아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배웠으면 좋겠다”며 늘 강조했다고 한다. 오늘 많은 이야기를 통해 내가 배운것은 교수님의 겸손이다. 지난 20년 동안 캄보디아에 들어가 모든 삶을 다 받쳤음에도 불구하고 김길현 교수님은 '자기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겸손하게 말씀 하신다.

오늘 김길현 교수님과 오랜 시간 동안 대화하면서 나 또한 앞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 야구하는 팀과 선수들에게 뒤에서 묵묵하게 서포트하는 사람으로 이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내가 오늘 김길현 교수님한테 '지금 캄보디아 야구 팀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 이들을 지도하고 관리하는 지도자'다.

그래서 가장 먼저 캄보디아에 지도자를 파견하려고 한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수 있도록 심판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킬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현재 캄보디아 야구협회 심판위원장으로 있는 최홍준 헐크파운데이션 부장이 이들 선수들에게 심판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내가 본 캄보디아 야구선수들의 기량이나 실력은 솔직히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이다. 훌륭한 지도자가 캄보디아에 들어가 이들을 지도한다면 멀지 않아 라오스나 베트남 태국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팀이 될 것이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김길현 교수님이 앞서 만든 야구를 뒤이어 캄보디아 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나또한 최선을 다해 이들을 도와 줄 것이다.

[글 /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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