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주문도 부담 없이”… 배민, 소액 주문 수수료 면제 발표에 엇갈린 반응
[잡포스트] 김홍일 기자 =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1만 원 이하 소액 주문에 대해 중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배달비를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 아래, 플랫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소상공인 단체 간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된 '중간 합의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기대와 회의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긍정적 변화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 1인 가구와 소상공인을 위한 배려?
배민의 이번 조치는 소액 주문에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게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1인 가구가 한 끼 식사만 배달하고 싶어도 최소 주문금액 제한으로 주문을 망설였던 상황을 고려하면, 선택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매장이 1만 원 이하 주문 자체가 드물어, 실질적인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다.
특히 배달 수익의 대부분이 2만 원 이상 주문에서 발생하는 구조인 만큼, “가장 부담이 큰 구간은 이번에도 개선 대상에서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수수료 면제·배달비 지원… 정말 '상생'일까?
현재 1만 원짜리 음식을 배민으로 주문할 경우, 점주는 최대 약 4,180원의 수수료(중개 7.8%+배달비 3,400원)를 부담한다.
이번 상생안이 적용되면 중개 수수료는 면제되고, 배달비 일부도 플랫폼이 보전함으로써 점주 부담이 약 2,000원대로 줄어들 수 있어 환영할 만한 변화로는 보여진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 방안의 구체적 시행 시기와 세부 기준은 아직 미정이다.
“발표만 있고, 현장에서 체감은 없다”는 업주들의 반응처럼, 실질적 실행력 없이는 생색내기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또한 단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요금 구조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플랫폼 책임인가, 업주의 몫인가?
기존에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발행한 쿠폰에 대해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하면, 해당 금액에도 중개 수수료가 부과됐다.
이번 합의로 이중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공제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배달비와 수수료가 ‘플랫폼 중심 논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으며, 특정 쿠폰 혜택이나 수수료 감면이 일부 프랜차이즈나 특정 조건의 업주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 정책의 의도 vs. 체감 효과
배민 측은 이번 상생안이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소비자 편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1인분 배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점주 입장에서도 주문 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은 타당하다는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업계나 고단가 상품을 주력으로 하는 점포에서는 “혜택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주는 “피자나 치킨처럼 소액 주문 자체가 적은 업종에는 정책 효과가 없다”며, “이번 조치가 ‘한 그릇 주문’을 장려하기 위한 플랫폼 전략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 진짜 상생, 아직 갈 길 멀었다
배민은 이번 발표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플랫폼 기업이 정부 기조에 발맞춘 첫 성과를 내놓으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 움직임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상생안은 시작일 뿐”이라며, 실질적인 구조 개편과 2만 원 이상 주문에도 적용되는 정책적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준형 공정한플랫폼사장협회 공동의장은 “수수료와 배달비 전 구간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진정한 상생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배민의 소액 주문 수수료 면제 조치는 1인 가구 소비자에겐 확실한 편의, 일부 소상공인에겐 주문 증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적용 범위의 한계, 시행 시기의 불확실성, 업종별 체감 격차 등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진짜 상생은 선언이 아닌 정책의 세밀함과 그에 맞춘 실행력으로 완성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