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 코로나19 속 살아남기...해법은 고집스러운 ‘원재료’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 코로나19 속 살아남기...해법은 고집스러운 ‘원재료’
  • 박순철 기자
  • 승인 2021.09.0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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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 찾은 원재료 공급처...제 역할 톡톡히 해
신선안 원재료 바탕, 본인 색깔 담긴 메뉴 개발 박차
사진 = '안주마을' 고영권 대표

[잡포스트] 박순철 기자 = 연일 지속되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정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거리 두기 4단계 조치를 2주 연장하고 영업 제한 시간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앞당기기로 등 방역 수칙의 고삐를 더욱더 죄자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독특한 메뉴의 가게들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 역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3번 출구에 있는 교통의 요지일 뿐만 평일, 주말을 막론하고 유입인구가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되는 등 북새통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발길이 뚝 끊어진 상황이다. 

이런 코로나19 시대에도 불구하고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한 가게가 있다. 방역지침을 지키는 선에서 채울 수 있는 좌석은 모두 채운 한 선술집이 그 주인공이다. 본보는 직접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서 요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안주마을 고영권(42)대표와 이야기를 나눠 그 비결을 들어봤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요식업

고영권 사장의 이력은 독특했다. 학창 시절에는 역도를, 대학 시절에는 더블베이스라는 악기를 전공했던 그다. 요리에는 크게 연이 없는 듯했지만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부모님을 항상 옆에서 지켜봐 왔던 그다. 당시 만둣집으로 운영되었으나 이마저도 시원치 않았다. 그러던 중 만둣집에서 선술집으로 직종을 변경했고, 우리가 흔히 아는 포장마차 스타일의 그곳은 꼼장어와 닭도리탕이 주메뉴였다.

흔한 메뉴와 포장마차를 찾는 고유의 손님들이 있어 장사는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매출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와중, 그는 직접 부모님의 사업장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살아남기 위한 개성 강한 메뉴 개발이 시작됐다. 

우선 맛차별에 중점을 뒀다. 기존에 있던 꼼장어, 닭도리탕을 조금씩 변형해 가며 고유의 메뉴들을 개발해 나가기 시작했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손님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 가며 사업장이 안정을 찾아갈 무렵, 문제가 발생했다. 기존 메뉴에서 조금씩 변형한 탓에 주위 영업장이 해당 메뉴를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비슷한 메뉴로 다른 사업장들과 고객을 나눠 갖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고사장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메뉴를 개발하겠노라 다짐했다.

문제의 메뉴 개발...‘어떻게’의 답은 ‘원재료’

메뉴 개발을 위해 고사장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한 몫하였으나 고사장은 각 여행지에 가자마자 하는 고유의 행위들이 있었다. 바로 현지 식당가를 들러 여러 현지 음식들을 맛보는 것이다. 현지 식당 음식이기에 원재료 역시 현지에서 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노리기 위함이다.

고사장은 여러 식당가를 여러 음식을 맛본 뒤, 이 원재료를 파는 직매장들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어 직매장 상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친근감을 표한 뒤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건 어디서 나는 겁니까?”, “이것의 제철은 언제인가요?”, “특별히 맛있게 먹는 노하우 같은 게 있으신가요?” 등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판매 상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그는 그렇게 원재료 공부를 이어왔다. 고사장에 여행은 원재료를 향한 공부인 것이다.

이 덕에 고사장은 원재료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게 된다. 몰랐던 원재료를 발견하거나, 현지인들이 말하는 원재료가 나는 최적의 날씨, 시기 등이다. 이어 현지인들의 말을 토대로 최적의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눴던 현지 상인들은 중요한 거래처가 된다. 이렇게 그는 자신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많은 청년 사업가들에게 전하는 살아남기 노하우

고사장은 청년 사업가들이 쉽게 요식업에 도전했다가 망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자신이 그간 받은 많은 정보를 그들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몸소 터득한 노하우를 청년 사업가들에게 전달하면 그들도 세상의 한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첫 번째로 원자료에 관한 공부와 공급이 식당 차별화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신선한 원재료가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손님들로부터 재료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가게에 대한 호평은 삽시간에 퍼져나가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지에서 직접 음식을 배워오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레시피가 탄생한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배운 레시피를 응용해 또 다른 나만의 레시피로 무장한다면 주변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위 음식점과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매출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이어 직접 발품을 팔아 공급처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직접 만든 공급망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최근 코로나19로 원재료 수급마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직접 발로 뛴 공급망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이어 현지에서 직접 만든 공급망은 서로 비슷한 원재료를 생산하니 한 공급업체가 문을 닫아도 비슷한 수준의 원재료를 다른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의 음식점들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했다. 그 중 유난히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 곳은 그가 음식을 대하는 정성스러운 태도 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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