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향의 유래와 침향수 종류
- 기록으로 살펴보는 침향의 효능
- 현대의학에서 바라보는 침향
- Royal Agarwood farm in NHA TRANG (interview)
[잡포스트] 김홍일 기자 = 향은 삼국시대에 전래된 이후 부처님을 공양할 때 최고의 예물로 간주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땅에 묻힌 침향나무의 수지(樹脂)가 오랜 세월 응고되어 생기는 침향(沈香)은 불로 피웠을 때 다른 향과 달리 그을음이 없고 약재로서의 요용 또한 높아 귀히 여겼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침향은 수입품목으로 그 값이 매우 비싸고 희소성이 높았기에 왕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었다.
침향에 대해 알아보기 이전에 침향 나무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침향 나무는 아퀼라리아(Aquilaria) 속(genus)에 속하는 동남아 열대 우림지역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나무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종은 약 21종이며, 대표적으로 aquilaria crassna(주로 베트남), Aquilaria malassensis(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Aquilaria sinensis(중국)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인근의 캄보디아,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라오스, 인도 등 동남아시아 주변 여러 국가에도 다양한 종의 형태로 서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본지는 침향 나무와 침향에 대한 내용을 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베트남 나트랑(NHA TRANG) 지역에 있는 침향나무 농장을 방문해 침향이란 어떠한 것인지 그 유래와 재배방법, 용도 및 효능에 대해 알아보았다.
▲ 금(金)보다 비싼 침향(沈香)
침향이란 침향수에서 오랜 세월 서서히 형성된 수지(樹脂 나무의 진)를 일컫는데, 통상 침향수는 1천년의 수령(樹齡)을 넘겨 고사(枯死)한다고 알려져 있다. 침향은 사향노루의 사향샘을 건조해 얻는 <사향>, 향유고래 수컷의 창자 속 이물로 만드는 <용연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손꼽히는데, 사실 그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침향나무는 상처를 입거나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수지(樹脂 나무의 진)를 분비한다. 액체 상태로 분비된 수지가 오랜 시간에 걸쳐 딱딱히 굳으면 비로서 침향이 되는데, 이 과정이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수백년까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생성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침향은 역사적으로 진귀한 한약재로 귀히 여겨져 온 것이다.
‘향의제왕’ 침향은 21세기에 이르러서도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향수의 고전 '샤넬 No 5'의 원료로 사용되어 최고급 향수의 품질을 결정짓기도 하고, 최고급 세단 벤츠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00에는 침향향기 분사시스템 제공되는 등, 각 대상의 품격을 격상시키는 역할을 하며 현존하는 향료 중 최고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침향을 우리는 아가우드 (Agawood), *오우드(Oud)라고 쓰는데 흔히 알고 있는 고가의 오우드 향수의 원료가 바로 이것이다. 기원전 1400년경부터 오우드 향을 사용해 왔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침향은 오늘날 톰 포드(Tom Ford), 디올(Dior)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들이 침향을 이용한 향수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Oud/[uːd]/우드라고 발음하는데, 실제로 영어 wood와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보통 오우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침향은 금이나 보석, 미술품에 이은 새로운 투자처로도 각광을 받고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지는 침향을 다루며 “침향을 증류해 얻은 침향유만 해도 1킬로그램에 3만 달러 이상”이라며, “특히 오래된 침향은 매우 진귀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침향의 효능과 그 가치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한 교양프로그램에서는 최상품의 침향을 소개하며 약 400g의 침향이 6억원 정도에 달한다고 말해 출연진들이 경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침향의 유래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에는 침향과 얽힌 ‘아찔한’ 대목이 나온다. 왜국(일본)이 선물을 보내며 조선의 국보인 대장경판과 바꾸자고 하는 말도 안되는 제안이었지만 세종의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당연지사(當然之事) 신하들의 만류로 불상사는 없었지만, 성군(聖君) 세종의 판단을 흐리게 했던 선물은 다름 아닌 침향(沈香)이었다. 일본은 대장경판을 수중에 넣기 위해 조선 땅에선 나오지 않는 그 귀한 약재를 한두 근도 아니고 무려 서른 근을 조선 왕에게 보낸 것이다.
세계 각국의 사료(史料) 가운데서 ‘침향’에 대한 기록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침향의 효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침향에 얽힌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가치를 이해해야한다. 침향(沈香)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agaru' 즉, 무거운, 물에 가라앉는 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제 물에 넣으면 가라앉기에 ’침목향‘ ’침수향‘ 이라고도 한다.
침향은 불규칙한 덩어리 모양 또는 요철, 칼자국이 있거나 바깥 면에 흑갈색을 띠고 수지를 함유하고 있으며, 많은 평행 섬유질로 되어 있다. 침향의 속살은 향이 약하지만 이것을 불에 태우면 진하고 상쾌한 향기가 나며, 쓴 맛이 있다. 고대로부터 왕족들에 의해 전수되어온 침향은 예로부터 최고의 권력자들이 소유하고 향유했으며, 질병을 예방하는 동시에 부귀를 상징하는 용도로도 쓰였다. 시대와 국가(지역)에 관계없이 왕과 귀족들이 침향을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상징하는데 사용하거나, 신하와 평민이 윗사람에게 침향을 바쳐 충성을 상징하거나, 또는 수행을 하는 이들이 침향의 맑은 영기를 좋아하는 기록과 더불어 침향의 신기한 약효 또한 중요한 특징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침향은 매우 전통적인 의식을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되었고 지금까지 신뢰를 얻고 있다는 반증이다. 침향은 수천년 전부터 태울 때 발생하는 탁월한 향 때문에 천상의 향으로 추앙을 받으며, 특히 종교적인 의식에 반드시 제반되는 필수품이었다.
아랍 국가에서 침향은 성경에 등장할 정도로 신뢰를 받는 향료였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다음 니코데모도가 몰약과 침향을 섞은 것을 백리트라쯤 가지고 와서 이것과 시신을 아마포로 싸 장사를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예측할 수 있다.
또, 인도에서의 유래는 불경에서 찾을 수 있는데, 능엄경 이십오원통장(二十五圓通章)에 수록되어 있는 향엄동자에 얽힌 일화에 등장한다. 아둔한 수도자가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서 수행을 했으나 깨달음에 이르지 못했는데, 우연히 침향을 태운 향기를 맡으며 수행을 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부처님께 향엄동자라는 법명을 얻었다는 기록은 매우 놀랍기도 하다.
처음 침향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등장한 건 신라시대이다. 삼국사기의 한 대목에는, (왕이 지시하기를) “관료들이 귀중한 수입품인 침향을 앞다투어 사치품으로 쓰고 있으니 지금 이 시간부터는 진골 계급을 포함하여 침향 사용을 엄히 금지한다”고 나와있다. 이는 신라 헌덕왕이 왕명으로 진골계급을 포함해 침향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고 말한 것으로, 귀족들이 귀중한 수입품인 침향을 앞다퉈 사치품으로 사용하고 있어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후 고려시대 의종왕 때에는, 송나라 황제의 사신이 고려에 와서 금합, 은합에 침향을 가득 담아 바쳤다고 말한다. 당시 송나라와 금나라 간에 전쟁이 일어나서 송나라가 고려를 우방으로 만들기 위해 선물을 자주 보내올 때였고, 침향은 그 중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만이 아니라 태종, 단종, 세조 등 많은 왕들과 함께 침향이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이 즉위할 때 중국에서 이를 축하하기 위해 물품을 보내오는데 반드시 침향으로 만든 침향공예품을 포함시켰다고 적고 있다. 특히, 세종실록에만 '침향‘이 스물네번이나 언급될 만큼 침향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세종 6년(1424년) 2월 9일자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 왕실 약재를 담당하는 내약방 사령이 세종이 즐겨먹는 침향을 도둑질하다 발각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세종은 “내가 먹는 것은 지중(至重)한 것이어늘, 어찌하여 이러한 간세(奸細)의 무리를 안에 들여 심부름하게 하였는가”라고 대신들을 질책했다. 이에 책임을 맡은 신하들인 지신사(知申事) 곽존중과 동부대언(同副代言) 정흠지 등이 “이것은 신 등의 책임이오니, 신들의 죄는 죽어도 그 죄책을 갚을 수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이에 세종은 “금후로는 약재의 들어오고 나가는 것 이외에 비록 대언(代言)이라도 내약방(內藥房)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라”고 엄격하게 왕실 침향이 보관된 곳의 외인 출입을 금했다. 이는 세종의 침향에 대한 애착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에서는 현종이 양귀비를 얻은 후 정사를 보던 침향정(沈香亭)이란 정자가 있는데 이는 당대 최고의 권력가인 현종이 사랑하는 양귀비를 위해 지은 최고의 선물이 침향으로 지은 정자인 것이다. 또 일본 에도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침향을 수집하는데 열정적이었는데, 그는 침향 중에서도 상품(上品)인 기남향을 구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왕들에게 사신까지 보냈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베트남 왕국의 국왕에게 보낸 서신에서 “현재 일본에서 중하급 침향을 얻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침향 중 가장 좋은 기남향을 얻기란 매우 힘드니 국왕의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적으면서 그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불가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침향은, 법화경에서 하늘의 꽃비로 묘사됐고, 하늘나라 최고의 향으로 칭송됐다. 서기 883년에 조성된 신라시대 목불로 현존 최고의 목조불상으로 밝혀진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에서는 지난 2005년 개금(改金)할 당시 복장물에서 침향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천년이 훌쩍 넘는 시간에도 복장물은 완벽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이 잘 되어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침향은 천년의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일컫는 만큼 긴 시간 변하지 않으면서 각 시대의 왕과 귀족들에 이르기까지 존귀함을 더욱 빛나게 하는 영물로 여겨져 온 것이다.
▲ 침향나무(Agarwood). “아는만큼 보인다”
‘팥꽃나무’과인 침향나무는 크게 3가지 종으로 분류된다. 과거의 문헌이나 현재에도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생산되는 아갈로차(Agallocha)종을 상품(上品)으로 여기는데, 그 중 베트남산 침향을 최상품(最上品)으로 거래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차별을 두기 위하여 자국의 아갈로차종을 크라스나(crassna)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나 동일한 나무로 볼 수 있다.
침향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본래 대한민국의 약전에는 아퀼라리아 아갈로차(크라스나)가 침향으로 등재되어 아갈로차 품종만이 한국에서 ‘진(眞)침향’으로 인정되어 왔다. 하지만 귀하고 신비한 약재인만큼 생산량이 워낙 적어 가격을 떠나 구하기가 힘들며, 베트남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수출은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외에도 침향이라고 유통되는 말라센시스(A. malaccensis)와 시넨시스(A. sinensis)라는 품종이 더 있다.
말라센시스(A. malaccensis)는 인도네시아의 요청에 따라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아퀼라리아 말라센시스(A. malaccensis)라는 품종이 침향에 등록되었고, 국내에서는 2010년경 CITES에서 말라센시스와 아갈로차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며 침향으로 인정받아 수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말라센시스 품종이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인도네시아산 침향이라는 이름의 유사품으로 유통되던 품종으로, 침향을 불태우면 천상의 향이 난다는 말이 무색하게 악취가 나고 두통과 구토가 난다며, 국제협약(CITES) 등재를 근거로 한국에서 식품용으로 수입되어 유통되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또 다른 품종인 아퀼라리아 시넨시스(A. sinensis)는 중국에서 침향으로 인정하며, ‘백목향’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침향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베트남산 아퀼라리아 크라스나(Aquilaria Crassna)종이 정본으로서 약성과 기운에서 최상급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베트남에서만 ‘침향의 천년 산삼’이라 불리는 기남향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 기록으로 살펴보는 침향의 효능
침향에 대한 효능은 몇 번만 검색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듯 △기력보충 △보온효과 △뇌 건강개선 △혈액순환 △양기보충 △갱년기완화 △신장기능향상 △염증제거 △위장질환개선 △암예방 등 그 성분에 따른 효능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혹자는 종교적 의미에서 세속과 신성이 있듯, 침향의 효능 역시 세속(世俗)과 신성(神聖)의 경계에 있다고 말한다. 이는 침향을 향으로 태우기도 하고, 약재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제례나 장례에선 신비한 향기를 내는 향으로 태워지지만 약으로 복용할 때는 머리끝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약효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두루 처방이 이뤄지는 이유에서이다.
침향의 효능은 예로부터 임상에 사용되어 온 약재인 만큼 그 쓰임새가 고서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중국 남조 때의 의약서 ‘본초경집주’는 침향에 대해 기록된 초기 문헌이다. 여기에는 침향과 관련해 “풍수로 심하게 부은 것을 모두 치료하고 나쁜 기운을 제거한다”고 적혀있다. 또한, 중국 송나라 때 편찬된 의서 ‘본초연의’에서는 침향을 “기를 보호하고 조화하는 상품약(上品藥)으로, 풍수종을 치료하고 나쁜 기운을 제거하며 치료되지 않는 나머지를 고친다”고 되어 있으며, 중국 명나라의 의학서 ‘본초강목’에서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간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 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 “상부는 뜨겁고 하부는 차가운 증상, 기가 거슬러 숨이 차는 증상, 대장이 허하고 막힌 증상, 소변이 방울져 나오는 증상, 남자 정액이 찬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또 중국 당나라 의서 ‘해약본초’에는 “침향은 맛이 쓰고 따뜻하며 독이 없다. 가슴과 배의 통증, 곽란으로 인한 중악, 사귀에 의한 질병을 다스리고 정신을 맑게 한다”고 나오며, 전통 본초학 의서 ‘일화자제가본초’에는 “맛이 맵고 뜨거우며 독이 없다. 정을 북돋워 양을 왕성하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 냉풍으로 인한 마비, 뼈마디가 약해진 증상, 풍습으로 피부가 가려운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조선 왕들이 침향의 도움을 받은 기록은 실록 곳곳에서 확인되는 만큼, 조선왕조실록에는 침향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적지 않은데, 이를 살펴보면,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약으로 침향을 활용해 왕의 자양강장제로 처방했다”는 내용이 있다. 숙종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과 변비를 다스리기 위해 팔미지황탕에 침향 5푼을 더해 상복했고, 경종은 자신의 지병이었던 간질을 진정시키기 위해 침향이 들어간 ‘신비침향환’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으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여담으로 베트남 전설에는 호랑이가 칼에 베였을 때 침향나무를 찾아가 상처 부분을 문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 현대의학에서 바라보는 침향
이처럼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약재로 침향을 즐겨 사용했듯, 현대의학에서도 침향이 여러 질병에 높은 약용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널리 알려지고 각종 연구결과로 과학적 근거가 나타나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침향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로는 뇌 손상 보호효과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과 뇌의 퇴행성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는 내용인데, 2020년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 실린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한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침향이 스트레스로부터 뇌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비교 관찰한 결과 높은 농도로 투여한 그룹의 쥐에게서 뇌 활성산소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더욱 정확히 밝혀지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같이 현대인에게 만연한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에 유효한 약물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침향에 함유된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 베타셀리넨(β-selinene),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 등 성분이 각종 항암·항염·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쿠르비타신은 오이, 호박 등 박과 식물에 함유된 성분으로 쓴맛이 나고 세포독성을 가지고 있어 벌레·세균·바이러스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 항암효과를 유발하는 물질로 지목돼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베타셀리넨(β-Selinene)은 시금치, 황칠 등에 함유된 성분으로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침향을 섭취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베타셀리넨 성분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핵심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신경안정 작용으로 심리적 안정감, 스트레스 감소, 불면증 해소 등에 도움을 준다. 안구 피로회복이나 노안 예방 등에 비교적 효과가 뛰어난 편이다.
허나 모든 약재가 그러하듯 침향 역시 종과 관리 수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국내에서 침향의 품질 기준은 상대적으로 엄격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침향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증이다.
▲ ROYAL AGARWOOD (로얄 아가우드)
침향의 종주국으로 불리우는 베트남은 2천년 전부터 침향 생산국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은 정부차원에서 침향의 품질 생산 관리 등, 전반적인 관리를 하고 있으며, 매년 침향의 시장 공급량을 엄격히 제한하여 품질이 우수한 소량의 침향만이 거래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북부에는 침향생산이 극히 적으며, 주로 중남부에서 우수한 침향이 생산되는데, 이중 베트남 남부의 나트랑(NHA TRANG) 지역에서 생산되는 침향은 으뜸으로 친다. Khanh Hoa, Lam Dong, Ninh Thuan 지역에서 생산되는 침향은 모두 나트랑 침향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나트랑(나쨩)시의 중심에 위치한 트람흐엉 (침향, 베트남어: Tram huong) 타워는 칸호아 성의 매우 귀중한 산물로, 참파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이 있으며, 참파 사람들은 포나가르 여신의 후광이 항상 향긋한 향기를 풍긴다고 생각하여 트람흐엉(침향)이 나트랑 시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나트랑 시내 중심에서 약 20km정도 거리에 침향나무를 재배하고 생산하며 침향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로얄 아가우드(ROYAL AGARWOOD) 침향박물관(Khu Bảo tồn văn hoá trầm hương Hoàng Trầm)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로얄 아가우드 대표 앤서니(Anthony)와의 일문일답이다.
1) 당신의 소개. 어떻게 이곳에서 침향 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 한국의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베트남 나트랑 지역에서 아가우드(침향) 농장과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앤서니(Anthony)라고 합니다. 이곳 나트랑은 베트남 전 지역으로 보아도 침향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입니다. 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저에 이르기까지 3대가 가업으로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20년 전부터는 침양의 재배에만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상품(product)을 개발하고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기업규모를 확장했습니다. 현재도 침향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이 지역(나트랑) 자체가 베트남에서 최고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 침향 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최상급의 침향을 생산하는 방식을 지키고 이 우수한 품종으로 만들어진 상품을 베트남 전역에 보급하겠다는 신념으로 침향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 로얄아가우드 농장 규모와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저희 농장은 약 30 헥타르(ha) 정도의 면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침향나무의 재배는 비즈니스로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묘목을 심어놓고 관리를 하며, 약 10~20년 정도의 성장기를 거쳐야 비로소 상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 때가 되어서야 질 좋은 침향을 기대하며 생산할 수 있지만, 반면에 모든 나무에 침향이 들어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 좋은 침향이 베트남을 넘어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해외 각국의 여러사람에게 좋은 침향 제품을 제공하는 것을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은 침향의 재배를 정부의 허가 없이 하면 안됩니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침향을 보호품목으로 지정하고 있고, 매년 시장 공급량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농장에서 재배되는 모든 침향나무는 한그루 한그루를 정부에서 전산으로 관리하며, 정부의 허가 없이는 나무를 함부로 베어서도 안됩니다.
이 곳 로얄아가우드 농장에서는 그러한 정부의 관리 감독하에 운영되며, 심지어 침향 나무마다 번호(number)가 매겨져 있습니다. 단, 금광과 마찬가지로 어떤 나무에서는 좋은 침향이 나오고, 어떤 나무에서는 침향이 전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침향 전문 감별사가 나무속에 침향이 들어 있다고 판별을 해야지만 번호를 부착하게 되며, 번호가 붙어 있지 않은 나무는 아직 침향이 생성되지 않았다고 보여지는 침향나무인 것입니다.
저희 농장에는 번호가 부착된, 그러니까 침향이 생성되어 있는 나무가 약 4만그루 정도 자라고 있습니다.
3) 농장과 더불어 이런 큰 규모의 박물관이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박물관을 세우면서 전시관과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저희 로얄아가우드가 유일합니다. 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곳에 오는 분들이 역사와 함께 해온 침향에 대해 보다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서 박물관 건축을 기획하게 되었고, 지금은 이곳에서 여러가지 다양한 침향들 보고 만지고 문화와 예절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어린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이곳에 와서 저희가 생산하는 침향을 직접 보고 여러가지 경험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간의 노력에 대해 보상을 받는 기분이기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곳 로얄아가우드 농장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어떤 종인가요.
저희 농장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오리지날 아퀼라리아 크라스나(아갈로차) 입니다. 크라스나는 침향 중에서도 극상품으로 인정되는 품종이기에 저희 로얄아가우드 농장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이곳을 한 평생 지켜 나가야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크라스나 품종을 하나하나 지켜서 보급하는 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농장은 베트남 침향협회에 가입되어 운영되는 농장이며, 사이테스(CITES·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에 의해 수출할 수 있는 세계희귀동식물보호협회에도 가입이 되어 있습니다.
5) 농장에서 생산되는 침향으로 만들어지는 제품은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
침향이라는 것은 천연나무에서 생기는 면역성 물질이기 때문에, 인체에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먹는것(eat), 맡는것(smell), 마시는것(drink) 등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지금 현재 저희가 만드는 제품은 ▲향 제품(incence, joss stick) ▲팔찌/목걸이(Bracelet & Necklace) ▲차(tea) ▲주류(wine) ▲건강기능식품 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 침향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필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중에 있습니다.
6) 로얄아가우드가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또는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사실 저희 농장의 규모가 상당히 큰편인데, 그 중 일부는 이미 베트남 깐호아 정부에서 리조트와 같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모두 받은 상태입니다. 저는 그곳에 침향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한 호텔, 레스토랑 등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 부수적인 시설로 침향 힐링 플레이스 즉 마사지 또는 요가와 같은 시설을 만들려고 하고, 농장과 이어지는 둘레길을 만들어 자연속에서 직접 느끼는 침향 산림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별도로 구상중인 것이 있는데, 침향이라는 것이 피부에 바르면 굉장히 부드럽고 스며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심향을 첨가한 머드스파도 만들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저희가 개발한 건강기능식품 아파스골드(APAS GOLD-Agarwood softgel)가 있는데 본격적인 유통을 시작해야하고, 이와 별개로 개발하는 제품 중에 코스메틱(화장품) 제품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계획이 참 많아서 한번에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정도네요.
하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특별한 삶’을 위한 진짜 침향이에요. 사실 밖에 나가보면 너무나 많은 가짜 침향들이 산재해 있는게 현실이거든요. 저는 침향다운 침향, 진(眞)침향을 이어가고 많은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은거에요. 물론 진실되게 가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일도 많이 겪기는 하지만, 지금은 한분 한분 저의 마음을 알아주고 신뢰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욱 고집을 꺾을수가 없게 되었어요.
베트남을 넘어 해외 각국에서도 로얄아가우드는 100% 신뢰한다는 말을 들을때까지 더욱 열심히 그리고 소중히 침향을 재배하려고 합니다.
- 글을 마치며..
침향에 대한 내용을 수집하고 취재하다 보니 침향나무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되었다. 침향이 사람의 몸에 이롭다는 정보가 어느 순간 확산되자 침향나무를 무분별하게 벌목해왔다는 사실. 침향의 특성상 자연에서 소량만 생산되는데다 인간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량 채취된 결과 자연산 침향은 거의 고갈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침향나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단계에 처해 있는 만큼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사이테스(CITES) 부속서 2종으로도 등재되어 있어 국제거래시 수출입국간 사전 허가 및 증명 관계 등을 필수로 하고 있는 것이다.
침향을 포함해, 생태계에서 공생하는 생물들이 이따금 자연 안에서 내어주는 선물을 우리가 오래도록 지혜롭게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들 종을 보존하는 데 힘을 쏟아야만 하는 시기라는 점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