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포스트] 김명기 기자 = 세금을 정해진 것보다 더 많이 납부했거나,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냈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국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국민이 경정청구를 하면 담당 행정기관은 청구 내용을 검토한 뒤 승인 혹은 거부처분을 내린다.
행정기관이 국민의 경정청구에 대해 거부처분을 내렸을 때, 국민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인복지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했다가 취득세 경정청구 관련 법적 분쟁을 겪게 된 A씨와 B씨의 사례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 내지 않아도 될 취득세 때문에 벌어진 분쟁
A씨와 B씨는 노인복지시설을 세우기 위해 토지를 매입했다. 당시 시행 중이던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위한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는 취득세가 면제된다.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A씨와 B씨에게 ‘매입 이후 1년 간 착공하지 않았으니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고지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1억 원 이상의 취득세를 납부했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토지 매입 후 1년 이상 해당 토지를 나대지 상태로 두어야 했던 데에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건축 허가를 얻기까지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A씨와 B씨는 오수 처리나 소방과 관련된 설비 기준을 확실히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갔고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1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버리고 말았다.
이에 A씨와 B씨는 취득세 경정청구를 진행했다. 감면받아야 마땅한 취득세를 냈으니, 이를 다시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이에 대해 거부처분을 내렸고, 같은 내용으로 다시 이뤄진 경정청구에 대해서는 ‘앞선 회신을 참조하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A씨와 B씨는 해당 기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
◇ 소송의 쟁점과 결과
해당 소송을 수행한 법무법인 정음 천안사무소의 강윤석 대표변호사는 ‘쟁점이 많은 소송이었다’고 의견을 전했다.
△두 번째 경정청구에 대한 담당 기관의 회신을 거부처분으로 보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인지, △A씨와 B씨가 1년 이상 토지를 나대지 상태로 둔 것이 법률상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A씨와 B씨가 모두 해당 토지를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위해 직접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쟁점이 얽히고설켜 풀어내야 할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우선 과오납 세금에 대해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경정청구 뿐이고, A씨와 B씨의 경우 경정청구 기간인 5년이 지나기 전에 알맞은 절차를 거쳐 청구를 진행했으므로 해당 행정청의 두 번째 회신이 설령 단순 답변이라고 하더라도 거부처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하며 재판부를 설득했다.
또한 A씨와 B씨가 토지를 취득한 뒤로 건축 허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해 견적을 받기까지의 타임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A씨와 B씨가 노인복지시설 건립을 위해 필요한 문제들을 성실하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긴 시간이 소요되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서 토지 취득 이후 1년 이상 나대지 상태가 유지된다면 취득세 면제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함께 명시되어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1심 법원은 이러한 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후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A씨와 B씨가 토지에 대한 각자의 지분을 노인복지시설 운영에 사용한 것이 맞는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강 변호사는 노인복지시설 설치자가 해당 시설의 권한 및 책임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부분이 있다면 ‘직접 사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짚으며 A씨와 B씨의 취득세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항소심 법원은 강 변호사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B씨의 경우 해당 시설에 대한 책임 및 권한을 행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을 유지한다는 판결하면서 사안이 마무리되었다.

◇ 경정청구 거부처분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강 변호사는 ‘과오납 세금에 대해 경정청구를 진행한 뒤 이에 대해 거부처분을 받는 바람에 소송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면제받거나 감면받은 근거 법률이 무엇인지, 행정기관이 거부처분을 내린 근거는 또 무엇인지, 그리고 유사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등을 심도있게 검토하면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정청구 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라고 해서 천편일률적으로 진행해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이에 더해 ‘A씨와 B씨 사례를 통해 노인복지시설의 세금 분쟁과 관련해 또 하나의 참고할만한 판례가 남았다. 유사한 상황에서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충분한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 도움/법률자문 : 법무법인 정음 천안사무소 강윤석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