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월" - 김 평
일월이라
눈은 오는데
송학은 태양을 꿈꾸고나
이월이라
우메한 매화위에
선휘파람새 피토하다가
삼월이라
사쿠라가
피어선 지고나
사월이라
휘널어진 등꽃 줄기 꽃잎 솟구이니
두견새는 슬퍼서라
오월이라
청초한 난초
새벽이슬에 벙글고나
육월이라
모란향 콧등 간지러니
나비 한 쌍 유유히 노닐었으라
칠월이라
흑싸리피니
맷돼지가 극성일세라
팔월이라
무주공산에 달은 밝은데
으악새 슬퍼서라
구월이라
키쿠국화 노랑 빨강
그 모습 하도 좋아
국화주 한 잔 걸치고나
시월이라
가을되니
알록달록 단풍들다가
낙엽되어 나뒹굴다가
기어코기어코 선정들었어라
십일월이라
벽오동에 봉황새 춤추니
용은 깊은 밤
거문고 소리에
하얀밤 지새웠어라
십이월이라
비가오니
저승길이 코앞이라
한강대교 다리 아래
한강물은 흘러흘러 서해로 가고,
열두달 호호한 날...
화투놀이 속에
세월도 가고
그 님도 가고
나만 홀로이 남는다
새벽이여 오라
바람아 불어라
종아 울려라
별빛이여 반짝여라
종소리 들으며
별빛만 바라보며
나만 홀로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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