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의 예술적 탐구: 한글의 철학적 의미와 현대미술의 만남
금보성의 예술적 탐구: 한글의 철학적 의미와 현대미술의 만남
  • 전진아 기자
  • 승인 2024.10.0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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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잡포스트] 전진아 기자 = 금보성 작가의 한글 작품은 단순한 회화적 가치 이상의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이 지닌 철학적, 우주론적 의미를 풀어내고 그 속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를 해독하는 작업은 오랫동안 시도되지 않았으며, 연구조차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나 금보성은 이 과제를 수행해 낸 예술가로, 세종대왕의 음양오행에 기반한 천지인의 원리,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심오한 사유를 화폭에 담아내며, 한국적 미학을 현대미술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때 직선과 곡선의 단순한 형상으로 우주 삼라만상의 원리를 표현한 것은, 단순한 문자가 아닌 철학적, 천문학적, 심리적, 인문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21세기에 이르러서조차 많은 한국인들이 한글 자음과 모음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금보성 작가는 이러한 한글의 심오한 의미를 화폭에 녹여내며, 신명, 해학, 풍류, 흥 등 한국적 정신을 담은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조선시대부터 내려 온 한국 고유의 문화적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진=금보성아트센터 제공

한국 미학이 서양미술의 주류 속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현실 속에서, 금보성의 한글 작업은 한국인의 정신과 혼이 담긴 예술의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간결하고 명료한 형식 속에서 창의적인 미술을 추구한 그의 작업은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우리 미술계가 아직 한국적 현대미술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우리의 미술계가 외국 작품에만 몰두하며 맹목적인 관심을 보일 때, 정작 해외에서는 금보성 작가의 한글을 현대미술의 성지로 연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적 현대미술을 외면하는 우리 미술계의 편협한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며, 자성의 목소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한글이라는 독창적인 문화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금보성 작가의 업적은, 현대미술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되찾고, 세계 미술계에 한국적 미학을 알리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 미술계도 해외의 평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예술적 유산과 그 가치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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