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포스트] 조양덕 기자 = 전북불교문학회(회장 송희)가 신간 ‘다르마’를 펴냈다.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 한강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전문 -
송희 회장은 권두언에서 “매우 혼란스러운 시대를 지나가는 중이다. 개인의 인생사처럼 세상도 포물선을 그리며 희로애락의 사이클을 만든다”며 “이 모든 것이 역사이다. 이 모든 것이 삶이다. 펜의 힘으로 한강의 소설 내용이 이 나라 정치적 비극을 공개한 바도 어떤 면에서는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이 나라 카르마를 허공에 날려버리려는 일이기도 할 것이라는 관점을 가져보기도 한다”고 밝혔다.
제17교구 본사 금산사 주지 지문 화평 스님은 축간사에서 “이 시대가 스님이라고 해서 도만 닦는 것이 아니고 외부로 나가서 하는 일이 더 많다. 이 단체가 단단하게 활성화되고 포교 문학을 하려면 모임을 자주 가져야 한다. 어디든 인연이 닿는 곳에 모여 부처를 얘기하고, 불심을 키우고, 경전을 공부하고, 행하는 것이 불자 혹은 전북불교문학회가 가진 본뜻이 아니겠는가?”라며 “유독 불교경전은 불전문학이라고 한다. 문학적 가치로서도 그 뜻이 헤아릴 수 없이 깊고 수려하니 늘 공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람을 소재로 한 시들이 새벽녘에 흰 눈을 맞는 듯 마음 따뜻하게 다가온다.
“산 일번지 방골 틈새를 비집고 나와/ 책장을 넘기고 문고리나 흔들던 바람/ 툇마루에서 놀던 마랍이 지나가네// 누이 단추 구멍이나 풀 먹인 옥양목에 달라붙어/ 빳빳해지던 바람 남늬 가슴 훔치고/ 담 너머로 숨던 바람이 지나가네// “푸른 이십 대를 줄였다 늘였다/ 머리에 고압선을 감고 고래고래 소릴 질렀던가// 나와 함께 자라서 나와 함께 뒹군 바람” - 송희 시 ‘바람 지나가네’ 부분 -
“적막한 절 마당에/ 청아한 대바람 소리/ 풀경 소리/ 멀리서 뻐꾸기도/ 바람결에 울고 있는 봄날/ 바람은 잠이 들지 않는다”(이양근 ‘바람’)
“앙상한 가지만큼이나/ 울어대는 삶의 인생은/ 슬픈 바람 소리로 들릴 뿐”(이선화 ‘인생’)
“바람이 달려와 손깍지를 낀다 시리다”(김월숙 ‘시들지 않는 창’)
“먹다 남은 막걸 리가/ 술렁이는 바람 따라/ 깜박이는 가로등 밑으로/ 새벽을 몰고 온다”(이선화 ‘백조한마리’)
“창문 밖으로 / 오늘은 바람이 분다/ 꽃이 지고 바람이 부는 건/ 창문 밖 풍경일 뿐이다”(이현구 ‘나는 창문이다’)
“새벽녁엔 소슬바람이 창문을 흔들며/ 창가에서 서성이고 있다”(이양근 ‘계절의 뒷모습’)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도 안부를 주고받는다는 걸/ 영국사 은행나무는 다 알고 있을 것이다”(전선자 ‘천태산 은행나무’)
“시간은 바람에 날리우고/ 내게 바램은 바람으로 등을 돌린다/ 떠나간 것은 바람으로 온다는데/ 그 바람은 없다‘(정상원 ’그런다는데‘)
청운사 주지 도원 스님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숱한 생각에 덧붙여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불자이다”며 “석가모니 부처님의 80의 생과 마치는 죽음, 열반의 아름다움을 불자 자신은 물론, 주위의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는 정진과 삶의 멋스러움이 필요한 시대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