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랄프 파인즈, 교황 선출의 숨겨진 권력 투쟁
콘클라베 랄프 파인즈, 교황 선출의 숨겨진 권력 투쟁
  • 김강준 기자
  • 승인 2025.03.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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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콘클라베
이미지출처 =콘클라베

[잡포스트] 김강준 기자 = 교황 선출 과정이 이토록 치열할 줄 누가 알았을까.

영화 ‘콘클라베’는 세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자리인 교황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 투쟁을 그린다. 성직자들의 신앙과 인간적인 야망이 교차하는 순간, 종교적 이상과 현실 정치의 민낯이 드러난다.

영화는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시작된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108명의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에 갇혀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비밀회의, 콘클라베를 진행한다. 이곳에서는 외부와의 모든 소통이 차단되며, 과반수가 나올 때까지 ‘끝장 투표’가 이어진다. 오직 신앙과 양심으로 투표할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치적 암투, 음해, 배신이 난무하는 교황 선출전이 펼쳐진다.

유력 후보는 네 명이다. 개혁을 주장하는 진보 성향의 벨리니(스탠리 투치), 전통 교리를 고수하는 보수파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 제3세계 출신으로 지지를 받는 아데예미(루시안 음사마티), 중도 성향의 트랑블레(존 리스고).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등장한다. 교황이 생전에 비밀리에 임명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추기경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즈)가 뜻밖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선거판이 요동친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인물이 있다. 콘클라베를 총괄하는 추기경단 단장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마치 탐정처럼 후보들을 검증하고 선거의 흐름을 지켜본다. “확신은 통합의 적이며, 포용의 치명적인 적”이라며 극단적인 신념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그의 대사는 영화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확증편향과 혐오 정치가 만연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콘클라베’는 종교와 정치, 인간의 욕망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한정된 공간에서도 강렬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정교한 클로즈업과 리듬감 있는 편집은 인물들의 심리를 치밀하게 포착하며,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마지막 투표가 끝나고 차기 교황이 결정되는 순간, 영화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긴다. 당선된 인물의 정체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관객들조차 자신이 ‘확신’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콘클라베’는 단순한 정치 드라마가 아니다. 인간의 신념과 의심, 권력과 신앙이 맞부딪히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피터 스트로갠의 탄탄한 각본과 랄프 파인즈를 비롯한 배우들의 명연기가 빛을 발하는 ‘콘클라베’.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하며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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