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포스트] 김강준 기자 = 홍상수 감독의 신작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공개됐다.
베를린영화제에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온 홍 감독의 이번 신작은 기자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최종 수상 목록에는 오르지 못했다.
독일 공영방송 '에르베베'는 이 영화에 대해 "주인공이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자연과 건축물을 흐릿하게 보여준다. 이는 안정된 삶을 구축하지 못한 주인공이 세상을 또렷하게 보지 못하는 상황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영화는 30대 시인 동화(하성국)가 여자 친구 준희(강소이)를 부모님 집에 데려다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화는 넓은 정원이 있는 여자 친구 부모님의 집과 근처 불교 사찰을 둘러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또한 여자 친구의 가족들과 차츰 가까워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겪은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는 "작은 모임에서 하성국 배우를 만났고, 그가 여자 친구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여자 친구도 배우 지망생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가 바로 이번 영화에서 준희 역을 맡은 강소이 배우"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강소이 배우와 대화를 나누던 중 "부모님이 나를 초대하면 좋겠다"고 농담을 했는데, 실제로 그녀의 부모님이 초대했고, 이 경험이 영화의 소재로 이어졌다. 덕분에 영화의 주요 촬영지는 강소이 배우 부모님의 실제 집이 되었다.
홍 감독은 영화 속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우연과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연출 방식을 유지했다. 그는 "모든 디테일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전달하지만, 특정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도구는 아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요소들이 자유롭게 연결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태도는 사운드 작업에서도 드러났다. 홍 감독은 촬영 중 창문을 닫지 않고 외부 소리를 그대로 담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촬영할 때 존재하는 모든 요소를 왜곡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 자체로 두고 싶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고 우연에 맡기는 홍상수 감독의 연출 방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며, 관객들에게 각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