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포스트] 노재성 기자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속으로 또 다른 진로를 꿈꿔본다. 더 큰 세상, 더 넓은 가능성, 그 너머에 자리한 나의 또 다른 인생을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 그 꿈을 접는다.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있고 매달 월급은 들어오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정성환 작가 역시 그런 삶의 궤도 위에 있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7년 동안 성실히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던진 질문 하나에 모든 것이 흔들렸다고 고백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물음에 끝까지 답을 찾기 위해 그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6개월 만에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MBA 과정에 도전했다. 정성환 작가의 여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시간도, 정보도, 주변의 응원도 부족한 상황 속에서 그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리고 결국 새로운 문을 열었다. 나아가 최근 출간한 도서 '대기업 퇴사하고 옥스퍼드 갑니다'를 통해 그 치열했던 고민과 준비 과정, 옥스퍼드에서의 성장과 깨달음을 아낌없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겠다고 전했다.

Q. 먼저 정성환 작가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어릴때부터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부산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한양대학교 공대를 졸업하여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연구소 생활을 2년 정도 하다가 금융권으로 가고 싶었던 기존의 열망으로 KB국민카드로 이직하는 등 이과와 문과 양쪽의 커리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평생의 꿈이었던 해외 유학을 서른셋 나이에 다시 도전하였고 옥스퍼드대학교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의 MBA 과정에 도전해서 1년 동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으로 제가 대기업을 퇴사하고 해외 MBA를 선택한 계기와 그 속에서의 사고과정, 재직 중에 유학을 준비했던 과정, 옥스퍼드 MBA에서 배운 점들, 옥스퍼드 속에서의 삶과 사람들 그리고 이후의 제 내면적 변화들까지 모두 한 권에 담은 책이 바로 '대기업 퇴사하고 옥스퍼드 갑니다'입니다.
Q. 대기업이라는 많은 이들의 꿈 같은 직장을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커리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점점 공허함을 느꼈어요. 대기업이라는 곳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반면 개개인이 기계 부품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이대로 10년, 20년이 지나도 괜찮은지 의문점이 마음속에 자꾸 생겼습니다. 결국 그 질문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서, 제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더 큰 세상속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로 한 것입니다.
Q. 해외 MBA를 단 6개월 만에 준비했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나요?
A.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지만 마냥 쉽지는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준비하려다 보니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정보도 단편적이었어요. 그래서 철저히 전략적으로 움직였어요. 우선 어학시험 준비, 추천서 받기, 자기소개서 및 CV 작성, 인터뷰 준비 등 모든 단계를 최대한 압축해서 스케줄링했습니다. 전체 큰 과정들을 세분화해서 과감히 투자할 곳은 투자를 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등 전략적인 시간운용이 핵심이었습니다. 실제로 책에도 그 과정들을 7단계로 나누어 그대로 담았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았던 만큼 실전 사례와 시행착오를 더 상세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독자분들도 그 점에서 많은 실질적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준비 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심리적인 불안이 가장 힘들었어요. 하루 8시간 일하고 퇴근하자마자 시험 준비와 서류 준비, 인터뷰 준비 등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았지만 사실 내적인 불안감에 비할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은 하나 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나이에,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저의 책에도 이런 내면의 불안감과 주변의 얕은 조언들로 흔들렸던 솔직한 저의 불안감에 대해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만큼 유학 준비만큼이나 힘든 부분이 심리적인 불안감과 이를 관리해나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낯선 도전을 할 때 불안이 가장 큰 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만큼 하루하루 치열하게 나 자신을 믿고 도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그 시간들을 넘어서니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라고요. 그래서 그 과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옥스퍼드에서의 실제 유학 생활은 어땠나요?
A. 인생에서 가장 유익한 시간들이었어요. 전 세계에서 온 동료들과 조별 과제를 수행하고 주중 강의와 프로젝트에 치이고 저녁마다 열리는 네트워킹 행사들까지 참여하며 주말도 여행이나 여러 행사들이 이어졌죠. 아무래도 국내파로써 느끼는 어느 정도의 언어 장벽도 있었고 문화 차이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면서 제 세계가 넓어졌어요. 국적도 문화도 다른 곳에서 나름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온 이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저의 삶에 대한 시각을 더 넓혀 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옥스퍼드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토론하며 질문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어요. 옥스퍼드라는 도시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이 저를 훨씬 더 유연한 사람, 주체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Q. MBA 이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무엇보다 태도가 달라졌어요. 일을 대하는 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시간을 쓰는 방식까지 모두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성공을 좇았었는데요.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매몰되어 무작정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속도를 정립하고 이를 실천해나갈 수 있는 좀 더 성숙된 태도를 갖출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직도 부족하지만, 나 자신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핵심적인 힘이 생기지 않았나 합니다. MBA가 제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내 삶의 운전대를 스스로 잡게 된 것’이에요.
Q.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꼭 닿았으면 하시나요?
A. 지금 흔들리고 있는 사람들이요. 특히 20~40대를 언급할 수 있는데요. 회사는 다니고 있지만 문득 삶의 방향이 궁금해지는 분들 또 해외 유학을 꿈꾸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대표적이죠. 저는 그분들께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 당신이 고민하는 건 틀리지 않았다고, 나도 그랬다고, 그 선택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요.
Q. 마지막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같은 선택을 하실 건가요?
A. 책의 에필로그에도 언급했듯, 친구에게 이 질문을 실제로 직접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같은 선택을 하겠다는 대답이 튀어나왔어요. 인생의 모든 선택에는 조금의 아쉬운 점이나 후회가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옥스퍼드 MBA는 몇번이고 시간을 되돌려도 같은 선택을 할, 인생에 몇 없는 가치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쉽지 않았고 많은 것을 감수해야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정말 나답게 사는 법을 배웠어요. 옥스퍼드는 내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알려준 공간이에요.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인생의 전환점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용기를 가져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