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도깨비불처럼 불타올라”…의성 산불, 역대 최악 재난으로 확산
“산이 도깨비불처럼 불타올라”…의성 산불, 역대 최악 재난으로 확산
  • 전진홍 기자
  • 승인 2025.03.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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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산불, 주민 삶의 터전 잿더미로… 울진까지 번질 가능성
이미지출처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미지출처 =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경북 의성에서 성묘객의 실수로 시작된 산불이 역대 최악의 규모로 번지고 있다.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영덕, 청송, 영양까지 확산되며 현재까지 인명 피해 26명 사망, 2만 8,00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고, 재산 피해는 집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이 산불은 역대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5일 안동 길안면의 한 주민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눈물로 호소한 장면이 전국에 전해지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안동시 길안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정근수 회장은 “정말 염치없지만 도와주십시오. 주민들이 다 죽어가고 있어요. 마을이 다 타고 있어요”라며 참담한 현실을 전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정 회장은 “마을 전체가 전소된 상황에서 불씨가 다시 거꾸로 번지고 있다”며 “잔불 정리 중이던 마을로 다시 불이 번지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불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번졌다”며 “레이저처럼 순식간에 산을 넘어 마을을 집어삼켰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대피 명령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은 처음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집에 머물렀다”며 “결국 집집마다 다니며 끌어안고, 강제로 차에 태워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 본인 역시 전 재산을 잃은 상황에서도 주민 구호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산불 현장에서는 잔불 정리와 확산 저지를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나 인력 부족과 태풍급 강풍으로 인해 진화 작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회장은 “지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현장을 직접 지켜보고 있는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은 “이 불은 바다까지 가야 꺼질 정도로 심각하다”며 “울진까지도 전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황 소장은 “남서풍이 가장 위험한 바람”이라며 “다음 주부터 북서풍이 불 예정이지만, 그 전에 반드시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불 진화대는 교대 없이 투입되고 있어 인력 피로도가 극심하며, 헬기 또한 조종사들의 피로와 사고 우려로 운용에 제약이 많다”며 “이대로라면 50mm 이상의 큰비가 오지 않는 이상 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헬기, 소방 인력 등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엔 5mm 미만의 약한 비가 예보됐으나,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황 소장은 “습도가 높은 오늘이 진화의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전략적으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 곳곳에서 의성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한 지원과 성금 모금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체계적 대응과 국민적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주민의 삶의 터전이 더 이상 잿더미가 되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갈림길이 되고 있다.

※ 본 기사 내용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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