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도구며 도반

[잡포스트] 신영규 기자 =그동안 수필만 써오던 박귀덕 수필가가 시인으로 변신, 첫 시집 『새들에게 배우다』 (인간과문학사 10,000원)를 출간했다.
시집 『새들에게 배우다』는 일상의 세심한 관찰과 사유를 통해 삶의 깊이를 명징한 시어로 풀어내어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새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인생을 관조하며 삶의 가치를 깨닫고, 시와 함께 해온 자신의 삶을 담담히 되돌아보고 있다.
시집은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표제작 ‘새들에게 배우다’ 등이, 제2부는 ‘이슬 맺히다’ 등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노래한 작품들로 짜여 있다. 제3부는 ‘사막에 뜬 별’ 등이 실려 있고, 제4부는 ‘해변의 의자’, 제5부는 ‘노란 선 넘어’, 제6부는 ‘꽃길을 걸으며’ 등이 게재됐다.
김 영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집 ‘새들에게 배우다’에는 박 시인이 이런 여줄가리들을 돌보고, 발을 맞추고, 받아들이고, 존재로 파악해가는 인지 과정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며 “작품들은 박 시인이 견지하는 삶의 자세를 여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인의 창문이 되기도 한다”라고 평했다.
이어서 “‘박귀덕 시인에게는 세상의 모든 여줄가리가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도구가 되고 도반이 된다’”라는 전술을 뒷받침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처럼 시적 화자는 “새들에게 배우”기 시작한다. “하루치의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백로”와 “분주하게/물살을 헤집는” “오리 떼” 그리고 “저만치 서 있”는 “왜가리”가 시적 화자가 삶을 배우는 “새들”이다. 살아 있는 새만 시적 화자의 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름 몇 점 물고 있는”생명이 없는 “솟대”도 시적 화자가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도구며 도반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솟대가 구름 몇 점 물고 있는 바닷가
물살에 햇살이 스며들면
백로는 하루치의 명상을 시작한다
하늘과 바다가 손잡으면
윤슬에 나이테가 출렁이고
늦게 핀 아기 동백꽃밭에서
오리 떼 분주하게
물살을 헤집는다
저만치 서 있던 왜가리에게
느티나무가 바람을 보내면서
새들에게
배우는 아침은 온다
-「새들에게 배우다」전문
박귀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간이역에 멈춰 새들에게 귀를 내어주고 오래 살고 있던 적막의 등을 쓸어주며 평안을 기원했다”며 “삶의 버팀목이 되었던 귀한 인연들에게 고맙다”고 적었다.
박귀덕 시인은 전북 김제시 진봉 출생으로 2004년 1월 월간『수필과비평』에서 수필이, 2020년 계간 『표현문학』 여름호(제75호)에 시가 등단 되어 시·수필을 쓰고 있다.
수필집으로 『삶의 빛 사랑의 숨결』, 『잃어버린 풍경이 말을 건네오다』, 『사막으로 가는 배』가 있으며, 첫 시집으로 『새들에게 배우다』가 있다.
작촌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올해의수필인상, 전영택문학상, 전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행촌수필문학회장, 전북수필문학회장, 전북여류문학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