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거주자 38명, 주거이전비 지급받는다…국민권익위 조정으로 해결
고시원 거주자 38명, 주거이전비 지급받는다…국민권익위 조정으로 해결
  • 전진홍 기자
  • 승인 2025.04.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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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용 인정 여부는 실제 거주 실태에 따라 판단해야”…서울주택도시공사 입장 번복
이미지  = 고시원 구조 및 사진

[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사실상 쪽방촌과 유사한 열악한 거주환경에도 불구하고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거이전비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던 고시원 거주자들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의 조정으로 권리를 되찾았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4월 11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고시원 거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조정회의를 열고, 해당 거주자들에게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를 지급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번 조정으로 총 38명의 고시원 거주자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이들이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연의 시작은 1950년생 기초생활수급자 A씨가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10년 넘게 거주해온 가운데, 해당 건물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서 퇴거 통보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A씨를 포함한 거주자들은 ‘토지보상법’에 따라 주거이전비와 이사비를 요청했지만, SH공사는 고시원이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며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미지 = 쪽방촌 구조 및 사진

그러나 거주자들은 “같은 지구 내 쪽방촌 세입자들은 주거이전비를 지급받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1월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접수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수차례의 현장조사와 법리 검토를 거쳐, 고시원이 단지 건축물대장의 용도와 구조만으로 주거용 건축물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고시원이 ‘준주택’으로 법적 분류되어 있으며, 실제로도 거주자들이 전입신고를 하고 장기간 생활해온 점, 유사한 조건의 쪽방촌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주거이전비 지급이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조정안에 따라, 거주기간 요건을 충족한 고시원 세입자들은 1인 가구 기준 약 1,052만원의 주거이전비와 함께 약 88만원의 이사비를 지급받게 된다. 요건을 일부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사업지구 외로 이주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사비는 지원된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고시원이나 쪽방촌 등 비정형 주거지에서 살아가는 취약 계층에 대해 행정이 현실을 반영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민원 해결뿐 아니라 임대주택 연계 등 근본적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정은 주거 형태가 공식적인 ‘주택’의 틀을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생활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면 정책적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확인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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