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포스트] 박희윤 기자 = 지난 4월 7부터 12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세계킥복싱연맹(WAKO) 주관 1회 태국 킥복싱 월드컵이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은 불과 7명의 선수가 출전해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 대회는 단순한 메달 획득을 넘어, 어떤 지원도 없이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뛰어든 도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출전 전부터 이번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 대한킥복싱협회 김종민 회장의 사임 이후 회장 선거가 미뤄지며 협회는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태에 빠졌고, 현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 대회 파견은 거부되었다. 오랜 시간 피와 땀을 흘려온 선수들에게 “시합조차 뛸 수 없다”는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우리는 시합을 원했다. 단지 우리의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 국기를 세계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선수들은 직접 세계킥복싱연맹(WAKO)에 문의했고, 월드컵이 클럽 및 개인 자격으로도 출전 가능한 국제대회라는 공식 문서를 받아냈다. 그렇게 모든 절차를 직접 밟으며, 하나의 원팀으로 뭉친 대한민국 클럽 선수단이 세계 무대를 향한 문을 스스로 열었다.
이번 대회에는 와코최, 버팔로, 영무 등 총 세 팀이 참여했다.
와코최팀에서는 플레잉코치 최내원, 황재훈, 그리고 선수 염만용, 박진수, 영무팀에서는 플레잉코치 최재혁, 유현재, 버팔로팀에서는 플레잉코치 김준성이 출전했다.
불과 7명의 선수로 구성된 작은 선수단은 서로 다른 팀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원 팀 코리아”로 뭉쳤다.
특히, 지도자 공백 속에서 영무팀 소속의 최재혁이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고 감독직을 맡아 선수들을 이끌었다. 누군가는 한 걸음 물러서고,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을 믿고 매트와 링에 올랐다.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한 결과는 메달 11개로 되돌아왔다.
누군가는 이를 “방콕의 기적”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 성과는 결코 기적이 아니었다. 꿈을 향한 간절함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리고 함께 뭉친 팀워크가 만든 현실이었다.
이번 대회의 성과는 과거 전)대한킥복싱협회 김종민 회장이 올림픽종목 바이애슬론 회장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국제파견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시도하고, 선수 저변을 확대해온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협회장 재임 중 선수들이 국제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년간 2억 정도의 후원으로 환경을 조성하며 대한민국 킥복싱의 국제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국내 체육 행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협회 운영의 혼선은 선수들의 기회를 제한하고, 그들의 노력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합 출전은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다. 선수들의 꿈, 삶의 의미, 그리고 대한민국의 스포츠 외교력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들은 금전적 지원도, 제도적 도움도 없이 출전비, 항공권, 경기복, 코칭 계획까지 모두 스스로 준비해야 했다. 타국의 낯선 무대, 낯선 룰, 낯선 분위기 속에서도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코치가 되었고, 서로의 가족이 되었고, 끝내 하나의 ‘국가대표팀’이 되었다.
“이 시합은 우리에게 메달을 넘어, 심장이 뛰는 이유를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없어도, 우리는 태극기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싸웠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가로막는 구조는 재정비되어야 한다. 협회의 어깃장과 행정 혼선이 반복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킥복싱 꿈나무들은 세계무대에 설 기회조차 갖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대회는 많은 것을 증명했다. 한국 킥복싱의 가능성,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 그리고 진정한 스포츠 정신. 이들이 만들어낸 성과는 단순히 ‘방콕의 기적’이 아니라, ‘선수들이 만든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었다.
태국 킥복싱월드컵 대회결과
남자 주니어
-69kg 라이트컨텍 (박진수) 금메달
-69kg 킥라이트 (박진수) 금메달
남자 시니어
-71kg 풀컨텍 (최재혁) 동메달
-81kg 로우킥 (유현재) 동메달
+94kg 포인트파이팅 (염만용) 은메달
남자 베테랑
-74kg 포인트파이팅 (최내원) 금메달
-74kg 라이트컨텍 (최내원) 동메달
-84kg 포인트파이팅 (김준성) 은메달
-84kg 킥라이트 (김준성) 동메달
+94kg 포인트파이팅 (황재훈) 금메달
+94kg 라이트컨텍 (황재훈) 동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