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포스트] 양동주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건강권 강화를 목적으로 지정된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 82곳이 지정된 지 1년 4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을 시작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2023년 12월 14일 시행된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국가건강검진을 수행 중인 공공보건의료기관 82곳이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으로 당연 지정된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지정 기준을 충족하려면 총 11개의 필수시설, 탈의공간, 전문 인력 확보와 9가지 검사 장비를 갖춰야 하는 등 설치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예산 지원이 제한적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82곳의 당연지정 기관 가운데 실제로 국비 지원을 받고 있는 기관은 2024년과 2025년 공모로 선정된 8개 기관뿐이며, 나머지 74곳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들 기관이 오는 2026년 12월까지 모든 요건을 갖추고 개소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기관의 신축 지연과 예산 확보 문제로 인해 전체 개소가 어려울 것”이라며 “30곳 이상이 기한 내 개소가 힘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모를 통해 지정된 기존 기관들의 운영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8년 이후 총 30곳이 공모를 통해 지정됐으나, 실제 운영 중인 곳은 21곳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 9곳은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저조한 이용률이다. 2023년 말 기준 등록된 장애인 수는 약 26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지만, 같은 해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에서 검진을 받은 인원은 7,363명에 불과해 전체 장애인의 0.3%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건강검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서명옥 의원은 “장애친화건강검진기관이 이름뿐인 제도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조속한 개소와 이를 위한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검진기관에 대한 장애인들의 인식 부족 역시 문제인 만큼, 홍보와 교육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