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포스트] 전진홍 기자 =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초로 노후화된 벽화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노후 벽화 색채 정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달부터 실질적인 현장 정비에 착수한다.
도봉구 전역에는 과거 도시재생 및 마을미화 사업을 통해 다수의 벽화가 조성돼 있다. 그러나 조성 이후 시간이 흐르며 퇴색과 탈락 등으로 원래의 미적 효과를 잃고,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구는 ‘지우는 것이 더 낫다’는 관점에서 기존 벽화를 덧칠하기보다 제거 후 정제된 색채를 활용해 도시 환경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동네 벽화 지우개 사업’을 추진하며, 우선 25개소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정비를 시작한다.
이번에 마련된 색채 가이드라인은 단순한 벽화 철거가 아닌, 도봉구만의 고유한 환경색체 기준에 따라 일관된 도시 색상을 부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도시 구조, 주변 건물 및 자연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조화롭고 차분한 색채 구성안을 도출했으며, 벽면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주조색, 보조색, 강조색의 비율과 활용 방식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새롭게 도입되는 정비 방식은 벽화를 새로 그리는 대신 단색 또는 조화로운 색 조합으로 벽면을 정리해, 군더더기 없는 도시 공간을 구현한다. 구는 향후 정비 대상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2023년 ‘도봉 신규사업·벤치마킹 경진대회’에서 채택된 직원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발전해 현실화된 사례로, 행정 혁신과 도시디자인 개선의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노후 벽화 정비는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도봉구의 도시정체성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이라며, “색채를 통한 도시 재디자인을 추진함으로써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돈된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봉구는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일반에 배포하고, 주민 참여형 경관 관리 체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정비 모델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