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가 사라진 밤, 4명의 여인이 살해당했다 시공사, 성인 단행본 ‘붉은 궁’ 출간
왕세자가 사라진 밤, 4명의 여인이 살해당했다 시공사, 성인 단행본 ‘붉은 궁’ 출간
  • 신영규 기자
  • 승인 2023.10.25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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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쫓는 한 의녀를 둘러싼 핏빛 미스터리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어워드 수상작
2022년 ‘포브스’ 선정 가장 기대되는 책
미국서적상협회 ABA 인디 부문 베스트셀러
허주은 작가의 ‘붉은 궁’ 입체 표지 

[잡포스트] 신영규 기자 =시공사가 허주은 작가의 성인 단행본 ‘붉은 궁’을 출간했다.

2022년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허주은 작가가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 ‘붉은 궁’으로 돌아왔다. 조선 시대 영조 치하 궁궐을 배경으로 한 이번 작품은 더 깊어진 정치적 음모에 한층 더 풍부해진 서스펜스로, 주인공과 독자가 함께 의문의 살인사건에 몰입해 추리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로맨스 요소까지 더해져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이야기는 1758년 조선, 혜민서에서 네 명의 여인이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의녀 ‘현’은 자신의 스승인 ‘정수’가 이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형조판서인 아버지와 기생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현은 출신과 성별의 장벽을 느끼고, 의녀가 되기 위해 혜민서에서 밤낮으로 공부해 왔다. 그때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정수였다. 현은 정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홀로 진범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인 종사관 ‘어진’의 조력을 받게 되고, 그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풋풋한 사랑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어진과 손을 잡게 된 현은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사도세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란 허주은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더 깊이 탐구하는 데 소설이라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붉은 궁에서는 서사의 중심에 사도세자가 아닌, 한 내의녀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시킨 점이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열쇠 구멍으로 역사를 엿볼 수밖에 없는 외부인의 시점”을 언급한다. 같은 민족이라는 연결감이 있지만, 먼 곳에서 한국 역사를 바라보는 듯한 약간의 거리감. 인물 설정에 한국계 교포 작가로서 경험을 녹여내 이야기에 진정성을 더하고, 생생한 감정 묘사를 끌어낸다.

출판사 서평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리극

“살인 수사는 장기와 같았다. 누가 팔각형의 말을 집어 든 순간, 시간은 정지하고 세상에는 전략, 작전, 질문만 남는다. 어진과 다음 행보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그런 마력에 사로잡히는 듯했다.” -본문 중에서

왕세자가 사라진 밤, 네 명의 여인이 살해당하는 무시무시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 왕세자, 세자빈, 의녀, 다모, 의원, 종사관, 사령관 등 궁궐 내부 인사들이 사실관계를 두고 첨예하게 얽힌다.

사도세자라는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창작, 출간된 작품들은 이미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 작품들은 영조와 사도세자의 부자 관계에 집중하거나, 뒤주에 갇혀야 했던 세자의 죽음만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붉은 궁’은 왕족이 행한 폭력이 한 하층민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해 집중하며, 성별과 신분의 차별에 대항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뿐만 아니라 작가는 왕족 중심으로만 쓰인 역사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발견한다. 왕족이 아닌 성 바깥의 평민들을 보살피는 의녀, 하층민을 치료하는 다모 등 역사의 바깥에 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끌어온다.

이렇게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하나의 이야기장으로 불러 모은 ‘붉은 궁’은 인물 간 다양한 갈등 구도를 통해 심리적 긴장을 부여한다. 주인공 현은 성별과 신분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데, 마찬가지로 영조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세자를 보며 그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임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자의 잔혹함에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한다. 세자뿐 아니라 살인 용의자들의 악한 모습만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다면적으로 보여줘 과연 누가 진범일지 유추하는 재미를 더한다. 이 밖에도 세자를 끌어내리려는 문 소원, 궁녀와 비밀리에 혼인한 군 의원, 남몰래 복수의 칼날을 다듬어 온 인영 의녀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진범 추적은 더 복잡한 양상이 된다.

혜민서에서의 잔혹한 살인 사건 이후로도 의녀를 표적으로 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공격을 당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경희 의녀의 의미심장한 증언을 토대로 현은 도성 밖 야산으로 향한다. 이야기의 무대가 달라짐에 따라 더더욱 으스스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한편, 흩어졌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며 독자는 마치 현과 함께 사건을 풀어나가는 듯한 쾌감을 얻게 된다.

○ 무거운 분위기를 중화시키는 풋풋한 로맨스

“우리는 나약한 존재다. 그럼에도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우리에게는 은밀한 고통과 사랑에 대한 열망이 있다.” -본문 중에서

“나는 사랑하고 싶었고, 사랑받고 싶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해와 인정을 받고 싶었다. 어진과 있다 보면, 내 머릿속에 초대받지 않은 환상이 슬그머니 들어왔다. 지은이 수집하는 연애소설 주인공처럼, 누군가 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어떤 느낌일까 꿈꾸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복잡한 인물 관계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 현과 종사관 어진의 관계로, 보는 이의 설렘을 절로 자아낸다.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 사건에도 진중하게 수사를 이어가던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대할 때만큼은 조금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풋풋한 10대의 모습을 보인다.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식으로 이뤄졌던 일반적인 조선 시대 남녀상과 달리, 붉은 궁의 러브 라인은 현의 변화에 달려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현은 천대받는 신분의 젊은 여성임에도 능동적으로 사건을 헤쳐 나가고, 어진은 현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합을 맞춘다. 처음에는 신분 차이로 어진을 밀어냈던 현이지만, 궁궐 안에서 겪은 사건을 통해 온전한 ‘나’로 살아가는데 직위와 신분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어진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므로 어진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의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사건의 진실이 밝혀짐에 따라 밀도 높은 서술이 이어지는 와중, 로맨스 요소가 더해져 호흡을 조절시킨다. 영조 시대의 역사·정치적 모습을 긴장감 있게 묘사해 이를 배경으로 치열하게 살고 사랑하는 인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충족된다.

○ 추천사

“바쁘다 바빠, 의녀 백현. 열심히 갈고 닦은 의술 베풀랴, 스승님 누명 벗기고 살인 사건 범인 추적하랴, 종사관 총각하고 사랑의 줄다리기 하랴. 이 모든 걸 살뜰히 해내는 슬기로운 주인공 현처럼 이 소설도 일당백의 몫을 능히 해낸다. 조선 고유의 의예술을 섬세한 고증으로 되살린 메디컬 드라마, 혈당 수치를 걱정해야 할 만큼 달콤한 로맨스,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미스터리, 모두가 이 책 한 권에 빈틈없이 담겨 있는 것이다. 신분과 성별의 지엄한 장벽 앞에 서얼 출신 의녀 현이 얼마나 좌절하는지, 그러나 어찌 도약하는지도 눈길을 끈다. 도입부에서 깊은 밤 세자의 처소에 불려가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어린 의녀가 밝아오는 동녘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 숨 가쁜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어느덧 주인공 현과 떼 놓을 수 없이 공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박서련 소설가

“참으로 유연한 소설이구나. 마지막장까지 탐독한 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드럽고도 예리한 문장, 현과 아버지-세자와 전하로 정교히 겹쳐지는 갈등, ‘도성 살인’이라는 가상의 사건을 구축하면서도 역사 고증을 놓치지 않는 몰입의 흔적. 장르를 유연히 넘나드는 서사는 또 어떤가. 추리물이라는 외피를 지녔으나 ‘붉은 궁’의 기저에는 범죄 스릴러뿐 아니라 드라마와 로맨스까지도 탄탄히 깔려 있다. 경계를 짓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조금씩 무너트리며 나아가는 소설. 그 탈피된 ‘구별 짓기’는 서얼이자 의녀인 ‘현’의 캐릭터와도 맞닿는다. 마음이 향한 곳으로 굳건히 방향을 틀고, 사랑에 몸을 맡기며 계급과 성별의 벽을 넘어서는 ‘현’. 이 책을 펼친 누구든 ‘현’의 여정에 기꺼이 동행할 것이라, 그 끝에서 큰 용기를 얻으리라 믿는다.”

                                                                                    -성해나 소설가

○ 작가 소개 허주은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에 영감을 받아 데뷔작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 소설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붉은 궁’,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연이어 발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붉은 궁으로 ‘2023년 에드거 앨런 포’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 포브스 선정 가장 기대되는 작가, 2022년에는 화이트 파인 어워드 최종 후보 등으로 선정됐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자연을 거닐거나, 카페에서 일기를 쓰곤 한다. 현재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토론토에 거주하고 있다.

○ 옮김 유혜인

경희대학교 사회과학부를 졸업했다. 글밥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에서 영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봉제인형 살인사건’, ‘꼭두각시 살인사건’, ‘엔드게임 살인사건’, ‘사라진 소녀들의 숲’, ‘살인자의 숫자’, ‘아임 워칭 유’,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우먼 인 캐빈 10’, ‘위선자들’, ‘악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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